다른 사람들의 이해나 인정을 얻기 위해서 살아가는 삶은 싫다.
나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믿는 가치와 스타일을 굳건히 지켜가는 잭 퍼셀 크루들의 이야기.
Brand: B&Tailor
Instagram: instagram.com/bntailor
Business Hour: Mon-Fri 10:00-20:00, Sat 10:00-18:30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길 24
A. 1967년부터 양복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13년간 기술을 익힌 뒤 종로에 비앤테일러의 전신인 보령양복점을 열었다. 낮에는 양복점에서 일하다 퇴근 후 샘플 북과 줄자를 들고 늦게까지 근무하는 지하철 역장들을 찾아다니며 주문을 받았다. 2011년 가게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비앤테일러로 이름을 바꿨고 2014년 지금의 자리인 남산으로 이전했다. (박정열)
A. 1997년 IMF 이후가 가장 힘들었다. 임대료가 밀려 가게를 내놨을 정도니까. 매물이 나가길 기다리는 동안 교회 목사님들께 양복을 지어드리며 봉사로 마음을 추스르던 중 SK 야구단 창단을 준비하던 관계자가 양복 120벌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온 거였다. 맞춤 양복점으로는 최초의 홈페이지였다. 당시 현상유지도 어려운 가운데 거금을 들인다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인터넷이 발달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덕분에 밀린 임대료를 해결하고 안정을 되찾았다. 돌이켜보면 앞을 내다보고 성실하게 준비해온 것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듯하다. (박정열)
“앞을 내다보고 성실하게 준비해온 것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듯합니다.”
박진혁, 임창훈, 박창진, 박정열, 박창우, 김다빈
A. 신용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골 중 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 온 분이 계셨다. 이북에서는 머슴을 부리며 살던 분이 돈을 벌기 위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배달하려 다니려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고생이 많으셨다더라. 끈질긴 노력으로 자수성가하셨는데 여전히 시간 약속을 엄격하게 지키신다. 성공한 인생 선배가 무엇보다 약속을 중시한다는 데 감동했고 나 역시 원칙으로 삼게 됐다. 아들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따라온 것 아닐까? 가업을 이으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다른 일을 한다 해도 말리지 않았을 테고.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건 사실이다. (박정열)
“가업을 이으라고 강요한 적은 없어요. 다른 일을 한다 해도 말리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건 사실이죠.”
A. 중학교 때 아버지가 교복을 직접 만들어주셨다. 사람들이 교복을 어디서 맞췄냐고 물을 때마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옷이 특별하다고 실감했다. 그러면서 옷에 관심을 갖게 됐다. 광장시장에서 산 구제 옷에 단추를 달고 수선해 입었고 아버지와 어르신들 옆에 앉아 바느질을 연습했다. 똑같은 원단도 바느질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옷이 완성됐을 때 뿌듯함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비앤테일러에서 쓰고 있는 바느질도 내가 ‘살아 있는ʼ 옷을 선호해서 볼륨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개발한 거다. (박창우)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이 일을 보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손을 쓰는 걸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는 편이다. 주변 환경과 내 재능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기회도 생겼다. 가족들의 지원과 응원 덕분에 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 후 정식으로 비앤테일러의 일원이 됐다. (박창진)
A. 고객이 우리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할 때 가장 기쁘다. 누군가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만들려면 그 사람을 잘 알아야만 한다. 고객의 상황과 성격을 충분히 이해해야 그에 맞는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성격과 취향이 저마다 다른 게 사람이다. 수트를 입고 출근하는 날이면 매번 ‘어디 가냐ʼ, ‘무슨 일 있냐ʼ는 말을 듣곤 했다는 한 고객은 우리 옷을 입고 나서 ‘멋지다ʼ, ‘잘 어울린다ʼ는 말만 듣게 됐다고 즐거워하셨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에게 맞춰 옷을 지어드리는 작업이 질리지 않고 흥미롭다. (박창우)
외국 분들도 오신다. 어떤 분은 한국에 살면서 우리 가게에 오시다가 호주로 떠나게 된 뒤에도 현지 파트너를 통해 주문하신다. 그 정도로 우리 옷을 만족스럽게 입으신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박창진)
“왜 우리 숍에 왔는지, 수트의 용도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분인지 소통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비앤테일러는 단순히 맞춤 양복을 짓는 양복점이 아닌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곳입니다.”